[이공계 현장스토리] 이공계 출신 건설 엔지니어는 행복할까? (친구야 연봉은 얼마니?)

내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졸업 무렵. 이과 출신인 이 친구는 (고등학교 막바지에 방탕한 생활로 인해)그 해 대학 입시에 탈락, 1년 동안 스파르타 학원에 기숙하며 결국 다음해 명지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이 친구가 건축과를 지원한 건 의외였다. 내성적이면서 온순한 성격을 가졌기에 거친 건축시장에서 잘 버틸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왠걸, 건축 설계사 사무실부터 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치 체질인것 마냥 건축의 길을 착실히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친구가 졸업하던 시기는 우리나라가 IMF의 한파를 가까스로 벗어나던 시점, 건축 경기는 역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결국 이 친구는 건축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IT업계로 진출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IT업계를 떠나고 어느새 수십억의 공사를 집행하는 건축 엔지니어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지금 하시는 일과 졸업한 학교, 전공을 알려주십시오.

현재는 건축 시공일을 하고 있으며 졸업한 학교는 명지대 건축과 입니다. 전공은 건축설계를 전공하였습니다.


- 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전공은 건축설계였으나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다가 졸업년도에는 CAAD를 집중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생소한 공부를 하다보니 남들보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학교 도서관보다는 대학원실이나 컴퓨터실에서 살다시피 하였습니다.


-졸업 후 바로 현재 일을 하게 되셨나요?

학교를 졸업할때는 건축계통으로 포기하다시피하여 컴퓨터 하드웨어 계통의 일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일반 사무직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첫번째 직장이었고 회사의 동료들과 인간관계를 쌓는것에 나름 즐거움을 가졌다고 할수 있겠네요. 사무직을 하다가 회사가 정리해고가 되어 우연한 계기로 건설관리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졸업 후 2년정도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처음 입사한 곳은 HTPC케이스를 제작하는 회사,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을 하였고 내 기억으로 초봉은 비정규직에 4대 보험 혜택이 없이 9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이 친구 나이가 27세)

 

-왜 바로 전공을 살리지 않으셨나요?

한때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건축계통의 몇가지 일을 해보았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건축 설계사의 길은 험난하고 고행의 길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 길을 걷고 있는 대학 동기들은 낮은 임금에 과도한 근무시간, 배척당하는 개인생활이 마치 수도사의 길을 강요받고 있었으니까요. 또한 아직 건설일은 일명 '노가다'라는것으로 칭하고 남들에게 나를 소개할때 '건설엔지니어'라는 말보다 '노가다'라고 얘기하는게 남들이 인식하기가 빠르니까요. 그래서 건축쪽은 관심은 있지만 내 인생에서 배척하던 시기였습니다.

(나중에 인터뷰 후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냐고 물어봤을때 건축쪽 아르바이트를 하며 너무 고생이 많아 감히 건축쪽으로 지원하지 못했다고 한다)

 

 

(노가다로 이룬 것들의 수준은 이렇다. 파주북시티 건물들)


 

-지금의 직장은 첫번째 직장이신가요?

1년 이상 일했던 곳만으로 얘기한다고 했을때 현재는 3번째 직장입니다. 아까 얘기했던 사무직이 2년, 두번째 플랜트 엔지니어가 5년, 세번째 건설엔지니어가 1년입니다.

 

-옮기신 이유가 무언가요?

회사를 옮길때야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더 큰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겠죠. 10억, 100억하는 공사와 1천억, 1조원 하는 공사의 규모는 다르니까요. 또한, 대한민국에서 민간공사로 공사규모가 2조원이나 되는 현장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까 건설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현장이겠지요. 물론 그 현장에서 최고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ㅎㅎ

 

-현재 연봉이 어떻게 되시나요?

현장에서는 기본급 외에 추가수당이 나옵니다. 낮에는 현장에서 일하고 야근에 사무직을 하는 개념이죠. 연봉외 수당까지 합치면 1년에 4천만원정도 받네요. 더 큰 회사라면 더 나오겠지만요.

(이 친구의 말대로 건축은 현장에 상주하며 야근이 많다고 한다. 대기업을 제외하고 수당을 챙겨주는 회사가 드문 요즘 야근 수당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경력 6년차 연봉 4천이면 나쁘지 않다.)

 

(하천 정비 공사의 규모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다)

 


-현재 직업과 연봉에 만족하십니까?

건설엔지니어는 시작이 오래된만큼 발전을 많이 했습니다. 뉴스에서도 건설 관련으로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매일 나오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계통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열정 또는 생계유지를 하기위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생한 만큼 보수도 받아야 하지만 고생과 보수를 100% 매치시켜주는 일은 많지 않을겁니다. 이 건설쪽은 예전에 그 격차가 심했으나 이젠 점점 비슷해져가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도 더 인정받는 시점이 오겠죠. 


-혹시 같은과 동기분들은 관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사회나와서 같은 학교, 동기라는건 굉장히 큰 힘이 됩니다. 어떤 친구는 설계사의 고행을 걷고 있고, 어던 친구는 구조기술사로 일하고 있고, 또 어떤 친구는 같은 일을 하다가 같은 현장에서 발주처와 시공처로 만나기도 합니다. 이때만큼 서로 도움되는 관계도 없는거죠. 뭐 친구중에 국가공무원이라면 날개를 달았다고 표현하죠.ㅎㅎ
물론 저처럼 전공과 무관하게 다른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만 누구 인생이 그 누구의 인생보다 위일수는 없다고 봅니다. 아직 30대 중반에서 그런걸 판단하기는 어려운데요. 더 살아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이공계 선택에 후회는 없으신가요?
많은 분야에서 이공계는 살기가 힘들다, 어렵다 얘기를 하지만 그건 단순히 계절따라 유행하는 패션과도 같은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는 금융쪽이 대세라고 말들하지만, 언젠가 좋은날이 오겠지요. 최고의 칭호인 '마에스터(기능장)'는 이공계가 많지 않을까요. '사'자로 끝나는 직업중에 아직까지 설계사나 시공사는 대접못받지만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캐이블티비의 디스커버리에 '메가컨스트럭션'이라는 섹션을볼때 조금은뿌듯하지 않을까요. 인터뷰하는 엔지니어도 참 멋지지 않나요. ㅎㅎ 이제 사회에 나온것이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30년을 더 하기엔 잃는것보다 얻는게 더 많다고 생각 됩니다.

(분명 국내보다 해외에서 엔지니어를 더욱 대우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이공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지 출처-디스커버리채널아시아 머쉰앤엔지니어링 미니사이트)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이기도 한 이 친구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고된 일때문에 힘들어 할 때도 있지만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은 그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니 '정말', '아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각종 미디어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럭셔리한 실장님들', '로또 당첨', '연예인 1회 출연료' 등 대박신화를 꿈꾸게 하는 각종 뉴스와 매체의 영향으로 사회초년생들, 대학생들에게 '웅심'이 아닌 '거품'을 불어넣을때가 많다.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보면 가혹한 현실에 눈물이 나오곤 한다. 이 공계에 비전이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느 분야든 꾸준히 한 분야에 집중한다면 인정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분야도 아닌 이공계 분야에서 더욱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다. 친구의 말처럼 요즘은 금융쪽이 대세라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마에스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by TRON | 2008/10/20 11:37 | media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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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크몬드 at 2008/11/26 22:02
힘을 주는 좋은 글이군요.
Commented by ▒夢中人▒ at 2008/11/29 23:43
네에 +_+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으하하
Commented by TRON at 2008/12/06 03:24
부디 힘을 드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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