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매니아

저는 PC를 구입하는데 있어 주변기기, 특히, 입력 장치를 상당히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PC야 세월에 따라 사양의 변화가 급변하며 자주 교체되어야 하지만 그런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것이 바로 키보드, 마우스죠. 또한, PC 중에 가장 많이 사람의 신체와 접하게 되는 기기가 바로 키보드와 마우스입니다. 그래서 더욱 키보드와 마우스는 중요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마우스야 특별한 대안 없이 로지텍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상급기기를 썼다고 해도 얼마전까지 키보드는 뚜렷하게 선택할만한 기기가 없었죠. 당장 생각나는 것은 아론 기계식 키보드 정도랄까요? 물론 키보드매니아란 사이트가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는 감히 범접 할 수 없었죠. 그저 기계식 좋은게 없을까 찾아다니던 정도였고 그러던 차에 HHK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HHK pro의 경우 그런 고가의 키보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도대체 얼마나 좋기에?'라는 환상을 심어주며 구입을 부추겼죠.

당시 주변분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구입을 감행하고 맙니다. 사실 HHK가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키감은 좋습니다만 환상적인 키감을 안겨주기는 힘들죠. 더군다나 일반 키보드의 '~'가 있는 부분에 'ESC'키가 있어 힘들게 쓴 원고를 몇 번 날려먹게 되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Shift + ESC = 비극입니다) 결국 방출 되었죠. " 아~ 남들 좋다고 다 좋은게 아니구나~ " 라는 교훈을 얻고 다시 아론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에 새로 대단한 키보드 매니아가 입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론에서 갑작스레 엄청난 키보드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습니다. 



베이스는 체리 Ms-1800 키보드를 사용했답니다. 저는 그저 놀랄만한 키감에 (손에 쫀득쫀득 달라붙습니다) 감탄만 연발하고 있지만 그 친구의 친절한 설명으로는 거진 모든 부분에 DIY를 통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엄청난 놈이랍니다. 그 친구가 전해준 저의 키보드의 스펙이라면 스펙입니다.

" 구형백축신품 기존 백축 오리지날 스프링을 2차 공구 스프링 가벼운 스프링으로 교체  = 변태 백축 이라고도 함, 조립시 와코즈 오일 2번 윤할 작업 + 스티커작업(3M테이프), 소음 방지 및 통울림 제거를 위해 빈 공간 메모리폼 삽입, 80년대에 터미널용 컴퓨터에 쓰이는 돌체 키보드 키캡 적용, 8K 컨트롤러 내장 (매크로용)"

키보드의 키캡을 빼면 보여지는 키캡을 고정시키는 부분을 '축'이라고들 하더군요. 하얀색이어서 백축, 검은 색은 물론 흑축입니다. 파란색은 청축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물론 백축도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실로 키보드의 세계는 대단히 광대하더군요.

키감이야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쫀득한 그 자체입니다. 손을 피로하게 하지 않는 눌림에 적당하다는 표현으로 모자란 아주 흡족스런 반발력, 외관에서 풍기는 범상치 않음은 말할것 없고 무엇보다 자체 매크로 기능을 가지고 있어 대단히 유용합니다. 즉, 일정한 키에다가 키보드의 입력 패턴을 기억시키는 것이죠. 가령 'F1' 키에다가 'Alt + Shift + Del'을 입력하면 F1을 누르면 간단하게 PC의 종료창을 띄우게 하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는 그것을 응용해서 일정 키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놓았습니다. 복잡하게 아이디를 타이핑 할것도 없이 버튼 한번 누르면 입력되기 때문에 꽤 편리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비밀번호를 굳이 외울 필요도 없지요. 무려 키보드가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정말 좋은 점은 키보드가 매크로를 기억하기 때문에 PC를 바뀌던 어떻게 되던 간에 키보드만 있으면 그 매크로값은 어디에든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같이 키보드에 대한 지식이 미천한 사람이 이렇게 괜찮은 물건을 써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 키보드는 한참을 제손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키보드는 넌클릭으로 클릭 방식을 좋아하는 저에게 그 친구가 유혹하는 제품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그것에 대한 소개는 다음으로 미루지요.   

아참, 가격으로 제품을 평가하는게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 키보드의 가격은 30만원을 상위한다고 합니다. (이 키보드를 만드는 제작비가 그렇게 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키보드를 입양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by TRON | 2007/08/28 20:56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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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arpe at 2007/08/29 02:25
이런... 완전 끌려버렸습니다. ㅠㅠ (만이천원짜리 펜타 키보드에 만족하는 나는 도대체....)
Commented by TRON at 2007/08/29 22:40
Karpe님 / 전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다른 키보드 못쓰겠습니다. 큰일이죠~
Commented by 퓨리넬 at 2007/08/31 01:01
이....이럴수가.
스위치, 키캡, 하우징, 컨트롤러 하나하나가 최고이군요.
갑자기 제 G80-3484가 초라해 보입니다. ㅜㅜ
Commented by TRON at 2007/09/01 09:50
퓨리넬님 / 오오~ 이리 좋은건가요? 키캡이 다르고 하우징이 어떻다는 얘기는 합니다만...역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사용해야 그 제품의 가치가 살아나는건 아닌지.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7/09/03 11:02
이런이런... 괴악한 키보드구만. 역시 키보드의 세계는 너무 깊숙이 빠지지 않는 것이 상책일듯. 근데 그 쫀득한 키보드의 키감은 어떤지 궁금.
Commented by 새끼늑대 at 2007/09/05 00:52
1800시리즈와 11900시리즈를 다 다뤄봤지만, 저역시 백축은 한번도 다뤄보지 못한 물건입니다. 좋은 자료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TRON at 2007/09/22 13:32
새끼늑대님/ 별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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